원달러 환율이 구두개입과 직접개입, 미국 재무부 발언까지 동원됐음에도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배경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구조적인 달러 수요의 확대다. 당국이 개입을 통해 환율을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듯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달러 세일’로 인식하는 수요가 곧바로 유입된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연기금과 보험사의 해외 자산 운용, 기업의 수입 결제 수요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1440원대까지 내려오면 달러 매수 심리가 오히려 강화된다. 그 결과 환율은 다시 1470원, 1500원대로 밀려 올라가는 흐름이 반복된다. 개입이 환율을 낮추는 동시에 차익거래성 수요를 자극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다.
둘째는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거대한 흐름이다. 미국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재정적자 확대와 관세·감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만든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국이 단독으로 개입해 환율을 눌러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 전반에서 달러를 사려는 힘이 더 강한 상황에서 한 국가의 개입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셋째는 원화 자체의 구조적 약세 요인이다.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둔화, 인구 감소, 생산성 저하 등으로 장기 성장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통화 가치는 해당 국가 경제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연결되는데, 성장 스토리가 약해질수록 원화는 구조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낮은 배당과 수익성도 부담이다. 국내 자산의 매력이 떨어질수록 자금은 해외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달러 매수 수요가 누적된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이 지적한 또 하나의 취약성도 겹친다. 한국은 국민과 기업, 연기금, 보험사를 중심으로 해외 자산 보유 규모가 매우 큰 나라다. 문제는 이들 자산 상당수가 환헤지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동시에 헤지 수요와 달러 매수 수요가 몰리는데, 외환시장의 규모는 이에 비해 제한적이다. 위기 국면에서는 좁은 출구로 수요가 한꺼번에 쏠리며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종합하면 환율 개입이 잘 먹히지 않는 이유는 해외 투자 확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졌고,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경제의 성장 기대 약화로 원화의 구조적 약세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환율 문제는 개입의 기술적 성패를 넘어, 해외 자산 시대에 걸맞은 외환시장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원화의 장기적 매력을 회복할 성장 전략이 있는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