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를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과 관련한 최종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안에 거래소 지분 규제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한다. 금융위는 은행 지분 50%+1주를 통해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이른바 ‘51% 룰’과 함께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빗썸 사고가 있다. 빗썸은 지난 6일 랜덤박스 리워드 이벤트 과정에서 총 62만원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서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했다. 보유 자산을 초과하는 물량이 시스템상 유통되면서 내부통제와 전산 관리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특정 거래소의 실수로 보지 않고, 국내 코인거래소 전반의 구조적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 점검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역시 이러한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긴급 점검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과 리스크가 노출된 사례로 규정했다.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와 함께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해 거래소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 중이다.
사고 여파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다른 거래소 대비 약 17% 낮은 수준까지 급락했다. 빗썸은 저가 매도 피해 고객에게 매도 차액 전액과 추가 보상을 포함한 보상안을 내놓고, 전 고객 대상 수수료 인하 등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끝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금융위가 정부 입법으로 지분 규제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정부가 지분 규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가능한 한 정부·여당 합의안을 만들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우선돼야 하며, 지분 제한과 같은 사전 규제는 과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보유하지 않은 가상자산이 장부상 존재한 구조적 문제 가능성까지 포함해 거래소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플랫폼 성공 이후 공공 인프라 논리로 지분을 제한하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협의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빗썸 사고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의 방향과 수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