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성지 노린 구리 절도…일본 신사들 비상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성지로 알려진 일본 신사가 구리 절도 피해를 입으며 일본 전통 종교시설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제 구리 가격 급등 여파로 신사 지붕의 구리판을 떼어가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구리는 가볍고 가공이 쉬우며 내구성이 뛰어나 전통 신사 건축물 지붕 마감재로 널리 쓰여왔다.

지난달 국제 구리 가격은 톤당 1만450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한때 1만3000달러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친환경 산업 확대, 공급 부족 우려, 중국 경기 회복 기대 등으로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장기 강세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 피해 사례는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에 있는 나구사 이쓰쿠시마 신사다. 이 신사는 2024년 10월 지붕 구리판 1630장이 한꺼번에 도난당했다. 산비탈을 따라 20분가량 걸어야 도착하는 외진 위치에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범행에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신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구사바시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귀멸의 칼날에서 주인공이 검으로 가른 바위와 닮았다는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건축업계에 따르면 신사 지붕의 구리판은 못으로 고정돼 있어 인력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산간 지역에 위치한 신사가 많아 야간 범행을 막기 어렵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본 신사 연합 단체인 진자 혼초는 전통 건축 양식 보존 원칙에 따라 갈바륨 등 대체 소재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최근 절도 피해가 잇따르자 지붕 수리에 한해 예외 적용을 검토·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리 절도는 신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량 명판, 송전선 등 구리나 구리 함유 금속이 사용된 시설물 전반이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훔친 구리가 중고 금속 시장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면서 수사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금속 도난 대책 강화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해당 법은 금속 고철 매입 업자에 대한 정부 등록과 거래 시 신원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참의원에서 통과돼 공포됐으며,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절단 공구 등 범행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도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은닉해 휴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위반 시 벌금 또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일본 경찰은 관련 내부 지침을 정비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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