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폭등에 비축미 방출 결정…사상 첫 조치

일본 정부가 극심한 쌀 품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비축미’ 21만t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원활한 쌀 유통을 위해 비축미를 방출하는 것은 일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은 입찰 방식을 통해 비축미 21만t을 단계적으로 방출할 방침이다. 우선 15만t을 시장에 풀고, 이후 유통 상황을 점검한 뒤 추가 방출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입찰 계획은 오는 14일 공개된다.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은 전날(12일)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지만, 쌀 부족 사태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며 “가격 상승이 급격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레이와 쌀 소동’…쌀값 폭등의 원인은?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심각한 쌀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냉해로 인해 흉작이 발생했던 1993~1994년 ‘헤이세이 쌀 대란’에 빗대 ‘레이와(2019년 이후 연호) 쌀 소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쌀값 폭등 현상은 현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한 쌀 가게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쌀을 매입하고 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성은 지난 1월, 유통 문제 발생 시 비축미를 방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흉작 등 비상시에만 정부 비축미를 공급할 수 있었다.

정부가 비축미 방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단순한 흉작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사업자의 시세 상승을 노린 재고 비축 ▲지난해 여름 ‘난카이 대지진’ 우려로 인한 사재기 ▲외국인 관광객 증가 ▲코로나19 이후 내국인의 외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까지 일본 정부는 흉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축미 방출을 거부해 왔다.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나

하지만 쌀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현지 언론에선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층이 오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비축미 방출을 지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농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쌀 생산 억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 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의 비축미 방출이 쌀값 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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