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감소한 것은 단순히 관세 때문이 아닌 정부와 업계 단체의 수출 자제 요청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대형 철강업체 임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가 지난달 간담회에서 대미 수출을 무리하게 늘리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후 업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수출 물량을 예년 수준 이하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철강 업계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국내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25% 관세 부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수출량까지 제한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 내 열연강판 가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이후 급등했다. 원자재 분석기관 CRU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열연강판 거래 가격은 t당 1043달러(약 150만5000원)로, 올해 1월 750달러 대비 38.4%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 열연강판 가격은 t당 8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물류비와 관세를 감안해도 미국 유통가격보다 약 40만원 저렴하다.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쿼터(연 263만t) 폐지 이후 관세 부담을 추가 수출로 메우기를 기대했지만, 정부와 협회의 눈치 속에 수출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당시 일부 업체가 무리하게 수출을 늘려 한미 철강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정부가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한미 간 철강·자동차 분야 협상이 마무리되고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본격적인 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부진한 수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