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쌀 파동’이 심각해지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고, 농림수산성 장관의 실언까지 겹쳐 민심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5kg당 약 2000엔이던 쌀값이 최근 4400엔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비축미를 풀며 대응했지만, 쌀값 안정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에토 다쿠 농림수산성 장관은 지역구 지지자들이 쌀을 건네자 “우리 집에는 쌀이 남아돈다”고 발언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이 27%로 급락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자 일본 정부는 에토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긴급 투입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레이와 쌀 소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급증한 아시아 관광객들의 소비 때문에 쌀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키웠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관광객 증가로 쌀 소비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광객 소비가 일본 전체 쌀 수요의 1%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정부의 ‘감반정책’과 농협 조직 JA 전농의 매점매석을 지목하고 있다. 감반정책은 일본 정부가 쌀 대신 다른 작물 재배를 권장하며 보조금을 지원해온 정책으로, 2018년 공식 폐기됐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JA 전농은 일본 정부가 풀어놓은 비축미의 90% 이상을 사들여 다시 시장에 풀지 않으며 매점매석 논란의 중심에 섰다. 농가 수익 보전을 위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쌀을 사들였기 때문에 시장에 다시 풀 때는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려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본 소비자들은 과거 품질이 떨어진다며 기피했던 한국산 쌀을 구매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 쌀은 일본 쌀 대비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고 품질도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마트에서 쌀만 구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쌀의 일본 수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의 쌀 파동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국의 쌀시장 구조와 정책이 유사해 한국도 향후 갑작스러운 수급 변화가 있을 경우 유사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쌀 수급 정책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