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유럽연합 경찰기구·유엔 마약범죄사무소가 최근 수년간 발간한 보고서들은 캄보디아발 납치·감금 사건을 기존의 인신매매 범죄와 다른 차원의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국제기구들은 공통적으로 해당 방식을 ‘돼지 도축 스캠’으로 명명하며, 온라인 금융사기와 강제 노동, 디지털 감금이 결합된 21세기형 노예제도라고 규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 조직은 고소득 해외 일자리, 연애 관계, 투자 조언 등을 내세워 피해자를 유인한 뒤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등지의 폐쇄된 복합건물로 데려간다. 밖에서 보면 일반 오피스나 리조트 형태지만 내부는 철창과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경비 인력과 감시 시스템이 피해자의 모든 동선을 통제한다. 이곳에서 피해자는 사기 메시지를 보내고 투자 유인을 설계하는 ‘온라인 범죄 실행자’로 강제 전환된다.
국제기구들은 이 구조의 핵심을 ‘관계 조작’으로 본다. 조사 결과 범죄 조직은 SNS 알고리즘과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표적을 추출하고, 감금된 피해자에게 표준화된 대사·대화 시나리오를 반복 학습시킨다. 조직 관리자는 실시간으로 대화 내용을 점검하고, 피해자 사이에 ‘성과 경쟁’을 조성해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한다. 과거 인신매매가 성 착취나 단순 노동에 국한됐다면, 현재 방식은 피해자를 범죄 수행자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탈출 불가 구조’다. 피해자가 사기를 멈추거나 저항하면 구타·전기충격·외부 연락 차단 등 폭력이 뒤따르며, 탈출 시도 시 높은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강제 노동의 대상이자 또 다른 피해자에게 사기를 치도록 강요받는 이중 지위에 놓인다. 국제기구들은 이 지위를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서의 순환 고리’라고 표현한다.
유엔은 이러한 형태의 디지털 인신매매가 급속 확산 중이라고 경고한다. 여러 국가의 보고가 누적되면서 2022년부터는 온라인 기반 강제 범죄 착취가 기존 분류에서 분리돼 독립 범죄 유형으로 지정됐다. 피해 추정 규모는 이미 마약 거래에 필적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자금세탁·암호화폐·위조 신분증 등 다층적 범죄 생태계와 결합해 국가 간 수사 공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기구들은 이 문제를 단순 사기 사건이나 지역적 범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디지털 기반의 신종 인신매매는 국경을 무력화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뒤 글로벌 범죄 네트워크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피해자 증가 속도는 국제 사회의 대응 속도를 능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