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사옥에 외빈 접견 전용 공간을 조성하면서 그룹의 대외 전략 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정세 대응을 위한 정무·외교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계동사옥 15층 전체가 외빈 접견용으로 재정비되고 있다. 기존 이한우 대표의 사장실과 인사·법무 관련 부서는 내년 3월까지 14층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계동사옥 15층은 고 정주영·정몽구 명예회장이 사용해온 ‘상징 공간’으로, 그룹의 역사와 결부된 장소다.
이 공간을 둘러싸고 성 김 전략기획담당 사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김 사장은 미 정부 핵심 외교 라인 출신으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외교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2024년 고문으로 영입된 뒤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외 리스크 대응 컨트롤타워로 위상이 강화됐다.
계동사옥이 글로벌 정무의 거점으로 재정비될 경우 김 사장이 외빈 접견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 부과로 3분기에만 약 1조8000억원 비용이 발생하며 영업이익이 29% 감소하는 충격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김 사장의 네트워크는 그룹이 미국 조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또 현대건설이 미국 원전·SMR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계동사옥이 ‘산업 외교’의 실질적 기지로 활용될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계동사옥 내 일부 공간 재정비는 사실이라면서도 김 사장의 집무실 조성과 관련한 관측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룹 내부에서는 양재 본사가 기존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유지하고, 계동사옥은 외교·정무 기능을 강화하는 투트랙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미 대응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 체제에 관여할지가 향후 관심사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