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방송이 한국의 한 지방 광산 이름을 여러 차례 반복해 언급했다.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이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 광산이 미국 안보 담론의 중심에 오른 배경은 분명하다. 전쟁의 방식이 바뀌었다. 총과 미사일 이전에 끊기는 것은 이제 광물 공급망이다.
텅스텐은 현대 군수산업의 핵심 소재다. 전차 포신과 철갑탄, 벙커버스터, 전투기 엔진에 쓰인다. AI 기반 정밀무기, 극초음속 무기, 무인 전투체계에서도 대체재가 사실상 없다. AI 시대 국방력의 하부구조는 반도체만이 아니라, 그 반도체를 떠받치는 전략광물이다.
문제는 공급 구조다. 세계 텅스텐 생산의 8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을 통해 필요하면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냈다. 광물은 더 이상 단순 자원이 아니라 외교 압박 수단이자 전쟁 무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상동광산의 소유주가 중국 자본이 아닌 캐나다 광산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스라는 점은 의미가 크다. 상동광산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면 한국 땅의 전략광물이 한국의 통제 밖으로 이탈하는 역설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원 주권의 공백은 결국 안보와 외교의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미국이 상동광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공급 다변화 차원이 아니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동맹국 기반의 안정적 광물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상동광산은 미·중 패권 경쟁의 변방이 아니라 최전선에 서 있다. 실제로 미국 방송 CBS는 현장 르포와 함께 알몬티 최고경영진 인터뷰를 통해 상동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를 집중 조명했다.
상동광산은 과거 1960~70년대 세계적 텅스텐 생산지로 호황을 누렸으나 1990년대 이후 채산성 악화로 생산이 중단됐다. 알몬티는 2015년 영업권을 확보한 뒤 재개발에 착수했고, 재가동 시 연간 수천 톤 규모의 텅스텐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량 기준으로도 세계 상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한국의 준비다. 광물은 여전히 ‘옛 산업’으로 취급된다. 반도체, AI, 배터리 전략은 넘쳐나지만 원재료 전략은 뒷전이다. 그러나 광물 없는 AI는 성립하지 않는다. 텅스텐이 없으면 무기도, 방산 수출도, 전략적 자율성도 불가능하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전략광물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지정하고 관리 체계를 격상해야 한다. 해외 자본과의 협력은 불가피하지만, 핵심 통제권과 비상시 우선 공급권은 국가가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공조 속에서 탈중국 광물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할 필요도 있다.
AI 시대의 전쟁은 버튼 하나로 시작된다. 그 버튼을 누를 수 있는지는 결국 광물이 결정한다. 상동광산을 향한 미국의 관심은 호재이자 경고다. 광물을 지배하지 못하는 국가는 기술도 안보도 지킬 수 없다. 한국은 지금 광물 전쟁의 관전자에 머물 것인가, 전략 플레이어로 나설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많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