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속 콘텐츠 산업의 선택지…웹툰은 왜 더 민감한가

생성형 인공지능이 콘텐츠 제작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OTT·게임·영상 분야에서는 효율화 도구로 안착하는 흐름이 뚜렷한 반면, 웹툰을 중심으로 한 만화 산업에서는 반발과 경계가 동시에 나타난다. 기술 도입의 속도와 이용자 수용 사이 간극이 산업별로 다르게 드러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는 AI 활용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국내 콘텐츠 사업체 비중은 20%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 대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폭이다. 제작·편집, 아이디어 구상 등 초기 공정에서의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웹툰 분야의 반응은 다르다. 연재와 동시에 댓글과 별점이 공개되는 구조 탓에 이용자 반응이 즉각 수치로 드러난다. AI 활용 여부가 명확히 안내되지 않을 경우, 의혹 제기만으로도 평가가 급격히 악화되는 사례가 이어진다. 논쟁의 초점은 ‘AI를 썼는가’보다 ‘이를 숨겼다고 인식되는가’에 맞춰진다. 웹툰 소비가 결과물 구매를 넘어 작가의 노동과 개성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대응 방식이 다소 다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개별 작품 논란이 커지기 전 플랫폼과 공모전, 전시 주최 측이 기준을 명문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된 콘텐츠의 게시를 제한하거나, 공모전 접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명시해 논쟁을 운영 원칙의 문제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민감도가 특히 높다. 생성형 AI 논의는 기술 활용 가능성보다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 권리 침해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과정에서 일본만화가협회 등 권리자 단체는 AI 학습에 대한 동의 절차와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해 왔다. 작가 개인의 윤리 논쟁을 넘어 산업 차원의 규칙 설정으로 논의가 확장되는 흐름이다.

산업별 온도 차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게임과 방송·영상 산업은 대형 IP와 팀 단위 제작이 중심이어서 AI를 보조 도구로 받아들이는 데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반면 웹툰은 작가 개인의 화풍과 연출, 브랜드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생성형 AI는 이 ‘작가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을 건드리는 기술로 인식된다.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논란까지 더해지면 질문은 기술 활용을 넘어 ‘누구의 노동으로 만들어졌는가’로 이동한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무단 학습 의혹만으로도 작품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웹툰 독자들이 도구 사용보다 창작 과정의 정당성을 먼저 묻는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 창작 주체가 흐려지는 순간 소비 이유가 약해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생성형 AI를 둘러싼 콘텐츠 산업의 과제는 기술 채택 여부가 아니라 규칙 설정에 있다. 해외처럼 명확한 기준을 통해 논쟁을 흡수할 것인지, 혹은 개별 작품 단위의 충돌을 감내할 것인지가 선택지로 떠올랐다. 웹툰 산업은 작가성과 신뢰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설명할지에 따라 AI 시대의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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