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립주의를 상징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식 해석이 더해진 ‘돈로(도널드+먼로)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방위산업 관련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이란 등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진 점도 방산주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부터 12일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28.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8.0%, SK하이닉스는 10.6% 상승에 그쳤다. 한화시스템은 40.5%, 한국항공우주는 31.8% 오르며 방산주 전반이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방산 테마 상장지수펀드도 동반 상승했다. PLUS K방산은 24.5%, TIGER K방산&우주는 27.1% 올라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외교·안보 행보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 데 이어,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도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내년 미국 국방 예산을 50%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유럽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 지원을 결정했고, 독일은 500억 유로 규모 국방 조달 계획을 확정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에 유럽 방산 관련 ETF인 ACE 유럽방산TOP10, HANARO 유럽방산은 올해 들어 각각 20.3%, 18.1% 상승했다. 유럽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 주가는 지난해 약 150%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20% 이상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방산주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럽의 연간 장갑차 생산 능력은 최소 필요치의 30%대, 전차는 40%대에 그치고 있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기업들이 수출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의 스페인·스웨덴·폴란드·미국 수출을 추진 중이며,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이라크·루마니아·폴란드 수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방산주가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동안, 이차전지 업종은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최근 한 달간 10% 이상 하락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약 9조6000억 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여러 증권사가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다만 12일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4% 이상 반등했고, KRX 2차전지 TOP10 지수도 3%대 상승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불안과 군비 경쟁이 심화되는 흐름 속에서 방산주는 ‘공포’를 자양분 삼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형 계약 해지라는 이중 악재를 맞은 이차전지는 당분간 변동성 높은 흐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