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한국 해운사가 예상치 못한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초대형 유조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전략이 전쟁 이후 폭등한 운임과 맞물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해운기업 시노코(Sinokor·장금상선)는 최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하루 약 50만달러(약 7억5000만원)에 임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평균 운임보다 약 10배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급등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발생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이 막히자 석유 기업들이 저장 공간 확보에 나섰고, 유조선을 바다 위 저장시설처럼 활용하는 수요가 급증했다.
시노코는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공격적으로 선단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1월 한 달 동안 VLCC를 평균 약 8800만달러에 매입하거나 임대하며 선박 확보에 나섰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약 150척의 슈퍼탱커를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
특히 전쟁 직전 최소 6척의 빈 유조선을 페르시아만으로 보내 화물을 기다리게 한 전략이 주목받는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해협 통과를 차단하자 상황이 급변했고, 원유를 저장하려는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이들 유조선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 수준의 용선료가 유지될 경우 선박 가격은 6개월도 안 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동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 역시 배럴당 약 2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 2.5달러보다 크게 뛰었다.
이 회사는 1989년 설립된 한국 해운기업으로 정태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번 유조선 확보 전략은 그의 아들 정가현 이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류 혼란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유조선 수요가 계속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시장이 전쟁으로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한 한국의 은둔형 해운 사업가가 이번 혼란에서 가장 큰 승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