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작된 이른바 ‘올공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의 투표가 중단된 사건이 발단이었다.
집회의 시작은 기존 정당이나 정치단체가 아니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거나 선거 관리에 의문을 품은 20·30대 청년들이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대화방을 통해 현장에 모였다.
참가자 중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정당에서 조직적으로 동원한 집회라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상황을 공유한 개인들이 결집한 형태에 가까웠다. 일부 청년들은 집회 참가가 처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이 처음 내세운 요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사과였다. 이후 투표함과 개표 관련 자료의 보존,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수사, 재선거 실시 등을 요구하며 핸드볼경기장 주변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 송파구 관할 투표소 14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7월 24일 송파구청을 찾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사전에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지침과 사태 발생 이후의 미흡한 대응도 인정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에 나섰다. 일부 투표소의 투표자 수 입력 오류와 통계 수치 수정, 투표지 일련번호 중복 기재 정황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과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고 해서 선거 결과 전체가 조작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수사 결과만으로 조직적인 부정선거나 개표 조작이 확정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재선거 역시 법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 행위를 인정하는 등 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회의 성격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청년들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기존 부정선거 주장 단체와 보수 성향 정치·종교 단체들이 합류했다. 선거 관리 책임을 묻는 구호와 함께 정치적 주장과 종교적 메시지가 뒤섞이면서 초기 참가자 일부가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공 청년들’을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들은 통일된 지도부나 단일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조직이라기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모인 느슨한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출발했다. 이후 외부 단체들이 결합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성향과 요구도 복잡해졌다.
올림픽공원 집회는 9월 13일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명백한 행정 실패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분노가 장기 농성과 부정선거 주장으로 확대된 가운데, 수사기관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와 선관위의 재발 방지 대책이 논란을 가를 핵심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