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예약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여행객의 호텔 선택은 한층 쉬워졌다. 여러 숙박시설의 객실 가격과 위치, 이용 후기, 취소 조건을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호텔 간 가격 경쟁도 촉진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플랫폼은 정보 탐색 비용을 크게 낮췄다. 빈 객실을 판매해야 하는 호텔도 자체 홈페이지나 전화 예약만 운영하던 때보다 폭넓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비수기 객실이나 임박 상품을 할인해 판매하기도 쉬워졌다. 이런 측면에서는 숙박 플랫폼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뒤에는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호텔이 플랫폼에 지급하는 중개수수료와 광고비가 늘어나면 숙박업체는 이를 객실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이 호텔에 자사 사이트보다 싼 가격을 다른 판매 채널에서 제시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가격동일성 조항’도 호텔의 독자적인 할인 판매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연합은 2024년 11월부터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부킹닷컴이 호텔의 자체 홈페이지나 다른 채널에서 더 낮은 가격과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했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도 같은 해 가격동일성 조항이 호텔 예약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약 화면에 처음 표시된 가격과 실제 결제금액이 다른 문제도 소비자의 체감 가격을 높인다. 한국소비자원이 글로벌 숙박 플랫폼 5곳을 조사한 결과 4곳은 첫 화면에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표시하거나 최종 금액을 작은 글씨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결제 단계에서 비용을 추가하는 이른바 ‘순차공개 가격책정’이다.
검색 결과의 객관성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일부 플랫폼의 호텔 검색 상위 노출 상품 가운데 광고 상품 비율이 93%에 달했다. 소비자가 가격이나 평점이 가장 좋은 숙소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광고비가 노출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숙박 플랫폼이 호텔 가격을 일률적으로 내렸거나 올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플랫폼 도입 초기에는 가격 비교와 판매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낮추는 효과가 컸다. 반면 소수 대형 플랫폼에 예약 수요가 집중되면 수수료와 광고비, 가격 제한 조항이 호텔의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에도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할인율보다 최종 결제금액이다. 같은 객실이라도 플랫폼별 가격과 호텔 공식 홈페이지 가격, 세금·수수료 포함 여부, 조식과 취소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숙박 플랫폼은 가격을 낮춘 비교 도구인 동시에 새로운 유통비용을 만든 중개시장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