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 몰트 위스키 증류소 1923년 설립…일본 위스키 산업의 출발점
오사카·교토 경계 천왕산 자락에 위치…물과 기후가 빚어낸 숙성의 비밀
생산시설 견학부터 원주 시음까지…일본 대표 산업관광 명소로 자리매김
[헤럴드경제(오사카)=김세진 기자] 일본 위스키 산업의 역사가 시작된 오사카부 시마모토초의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サントリー山崎蒸溜所)가 100년이 넘는 전통과 장인정신을 간직한 산업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교토와 오사카 사이 천왕산(天王山) 기슭에 자리한 야마자키 증류소는 일본 최초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다. 1923년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鳥井信治郎)가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건설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 위스키는 서양에서 수입한 고급 주류라는 인식이 강했다. 도리이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제조 기술을 연구하면서도 일본의 자연환경과 기후에 적합한 독자적인 위스키 생산을 추진했다.
그가 선택한 곳이 바로 야마자키였다.
야마자키 지역은 예로부터 수질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쓰라강과 우지강, 기즈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인접해 있으며, 계절에 따른 온도와 습도 변화가 위스키 원주의 숙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산토리는 이러한 자연조건을 활용해 일본 특유의 섬세한 향과 풍미를 지닌 위스키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야마자키 증류소는 원료 선정부터 당화, 발효, 증류, 저장, 병입에 이르는 위스키 제조 공정을 수행하는 생산시설이다. 특히 다양한 증류 방식과 숙성 원주를 활용해 복합적인 풍미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 ‘야마자키(YAMAZAKI)’는 산토리를 대표하는 고급 위스키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야마자키 증류소는 2023년 위스키 제조 100주년을 맞아 주요 시설을 새롭게 정비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개편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객들이 일본 위스키의 역사와 제조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증류소에서는 위스키 박물관 관람과 생산시설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료 제조공정 견학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일부 원주와 제품을 시음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산토리의 역사와 야마자키 위스키의 탄생 과정, 제조 기술 등을 소개한다.
특히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의 음성 안내 서비스도 제공해 외국인 방문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다만 방문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일부 유료 견학 프로그램은 추첨 방식으로 참가자를 선정한다.
증류소의 일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이며, 최종 입장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다. 연말연시와 공장 휴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교통 접근성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JR 교토선 야마자키역 또는 한큐 교토선 오야마자키역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다. 일반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은 운영하지 않아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야마자키 증류소는 단순한 주류 생산시설을 넘어 일본 제조업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00년 전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한 기업가의 도전이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위스키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산토리가 강조하는 일본의 제조 철학인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역시 야마자키 증류소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숙련된 장인의 감각, 자연환경의 특성을 결합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의미다.
천왕산의 녹음과 어우러진 붉은 벽돌색 증류소 건물에는 ‘SUNTORY YAMAZAKI DISTILLERY’라는 대형 영문 간판이 설치돼 있다. 건물 중앙에는 한자로 ‘山崎’라고 적힌 상징물이 자리하고 있어 일본 위스키의 역사적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일본 위스키 산업의 100년 역사를 간직한 야마자키 증류소는 전통 제조업이 문화와 관광 콘텐츠로 확장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