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일본의 1조 달러(약 1456조 원) 규모 대미 투자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 일본의 대규모 선물 공세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손해만 본 것이 아니라 실리를 챙겼다고 분석한다.
트럼프의 강경 압박, 일본의 전략적 선택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과 무역적자 해소를 압박해왔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일본의 경제적·안보적 이익을 최대한 고려한 대응을 펼쳤다.
이번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론상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답변”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우, 이시바 총리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의 외교적 대응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군비 확장, 오랜 숙원 해결 기회
일본이 방위비를 2배로 증액하기로 한 결정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에 의해 군사력 확대가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에 이번 방위비 증액은 오히려 오랜 숙원을 해결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방어 체계를 공고히 하고, 한반도 정세 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대미 투자와 기술 협력, 일본에 유리한 측면
일본의 1조 달러 대미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경제를 지원하는 듯 보이지만, 일본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는 일본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바이든 행정부의 LNG 수출 제한 정책을 문제 삼아 이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한 것도 일본에게 유리한 요소다. 일본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면서도 미국과의 경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기회를 얻었다.
‘트럼프 코드’ 맞추기 전략, 성공적 평가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춘 전략적 접근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비 증액에 대해 “미국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자연스럽게 일본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포장했다. 또한 과거 바이든 행정부의 LNG 수출 제한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맞춘 발언을 했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철저히 준비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방미 전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만나 조언을 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에게도 의견을 들었다.
일본의 ‘선물’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
이번 일본의 대미 선물 공세는 단순한 일방적 양보가 아니라 철저한 전략적 계산의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일본의 경제·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율된 조치들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단순히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