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대학에서 전기차 충전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 베트남 출신 대학원생에 의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차와 GM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양산을 추진하고 정부가 R&D 자금을 지원한 기술이 순식간에 유출되면서 기술 보안에 허점이 노출됐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2월 산업기술유출방지보호법 위반 혐의로 베트남 국적 20대 대학원생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2023년 6월 서울 A대학 산학협력관에서 진행한 전기차 충전 전력변환 기술 관련 도면과 연구자료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기술은 전기차 충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전력변환 단계를 축소하고 배터리 가격과 생산 단가까지 낮출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 과제로 선정, 8억원의 정부 자금을 투입한 국가 전략적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A대학과 2023년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해 기술 양산화를 준비했고, GM은 이 기술 일부를 구매해 미국 특허 등록을 추진하며 양산성을 평가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2021년 8월 A대학 대학원에 입학해 연구진으로 활동하다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지난해 6월 돌연 자퇴했다. 이후 베트남을 거쳐 대만 국립과학기술대학 연구원으로 옮겨 관련 연구를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B씨를 체포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 자료를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유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B씨는 당시 글로벌 유명기업 입사를 앞둔 상태였다.
대학 관계자는 “비정상적 자료 유출은 맞지만, 공론화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대학 연구실이 기술 유출의 주요 통로라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학과 연구소에서 발생한 국가핵심기술 유출 건수는 10건에 달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실제 유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적발되지 않은 암수 범죄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은 완성 단계가 아닌 개발 초기인 대학과 연구소 단계에서부터 진행되고 있다”며 대학 기술 보호 대책 강화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