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 통신망을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국 기업의 포설 선박 확보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쿄는 NEC가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포설 전용 선박을 구입할 수 있도록 국고 보조를 검토 중이다.
해저 케이블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을 담당하는 전략적 기반시설이다. 미국의 서브컴(SubCom), 프랑스 알카텔 해저 네트워크(ASN), 중국 HMN테크 등 주요 경쟁사들은 자체 선단을 확보했지만 NEC는 임대와 파트너십에 의존해왔다. 일본은 이 격차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직접 개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FT는 일본 정부가 2027년 초까지 선박당 약 3억 달러(약 4200억 원) 수준의 비용 중 절반까지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재무성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NEC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40만㎞ 이상을 포설하며 기술력을 축적했으며, 사보타주에도 견디는 장갑형 케이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 케이블 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운용 중인 케이블 포설선은 63척에 불과하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선박 부족이 병목 요인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데이터 전송량은 메타·구글 등 빅테크 주도의 스트리밍과 AI 서비스 확대로 2031년까지 연 26%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EC가 자체 선박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계약에서 불리하다”며 “이 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이 잠수함 탐지 센서나 첩보 활용 등 군사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NTT, KDDI가 보유한 소규모 선박을 NEC에 임대하고 있으나, 대양 간 포설에 필요한 대형 선박은 확보하지 못했다. NEC는 선박 소유가 시장 변동에 따라 ‘큰 고정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호황 국면에서 직접 보유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번 보조금 논의는 일본 정부와 NEC의 오랜 협력 관계 속에서 나왔다. NEC는 2008년 일본 해저 케이블 제조사 OCC를 인수해 화웨이의 진출을 막았고, 당시부터 안보 파트너로서 일본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