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美 대이동’,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음

현대자동차가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80%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40% 수준에서 두 배로 확대하는 결정이다. 뉴욕에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가 직접 발표한 이 방침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 전반에 구조적 파장을 불러올 신호탄이다.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인 25% 고율 관세가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분기 동안 각각 8000억원, 7000억원이 넘는 관세를 부담했다. 한 달로 환산하면 5000억원, 하루 160억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일본과 유럽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한국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업이 불리한 조건에 내몰린 이유다.

국내 기업 환경도 문제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강력한 상법 개정 논의 등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지적된다. 강경한 금속노조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입법이 겹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탈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차 “차라리 미국으로 가라”는 자조적 반응을 보이는 현실은 기업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는 대목이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이다. 만약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본격화되면 울산·광주·전주 지역 공장과 협력업체 생태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 축소, 지역경제 침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이를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법은 명확하다. 기업이 한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일본·유럽처럼 전략적 통상 협상력을 높이고, 노사는 불법 파업과 무리한 요구를 줄이며 협력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노동자 권익 보호와 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찾는 규제 정상화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국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곧 국가 경쟁력이며, 기업을 적으로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현대차의 ‘美 대이동’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경고음이다. 정부와 정치권, 노조, 국민 모두가 변하지 않는다면 ‘탈한국’ 가속화는 불가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다. 한국이 기업의 글로벌 무대에서 매력적인 거점으로 남기 위해 구조적 처방을 내놓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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