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를 상징해온 ‘중산층 1억명’ 신화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일본 사회의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3년 소득 재분배 조사에 따르면, 세금과 사회보험 납부 이전 기준 지니계수는 0.5855로 집계됐다. 이는 1962년 이후 3년 주기로 실시된 동일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보다도 0.0155포인트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한 상태를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소득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악화 흐름에 접어들었음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격차 확대의 핵심 원인으로는 고령화가 지목됐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연금 중심의 저소득 가구가 늘어나면서 전체 소득 분포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고령 1인 가구와 무직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다만 세금과 연금, 각종 복지 지출을 반영한 이후의 지니계수는 0.3825로 크게 낮아졌다. 소득 재분배 정책이 소득 격차를 약 34.7% 완화한 것으로 분석되며, 재분배 효과 자체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분배 이전의 격차 확대 속도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 일본 사회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소득 격차 문제는 거시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OECD 통계 기준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4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준에서 한국은 21위를 기록해 일본을 앞질렀다.
일본의 달러 기준 1인당 GDP는 3만3785달러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약화, 장기 저성장 기조, 여기에 엔화 약세가 겹치며 실질 구매력이 크게 훼손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소득 격차 확대가 단기 경기 변동이 아닌 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장기 문제라고 보고 있다. 고령화가 더 진전될수록 중산층 기반은 추가로 약화될 가능성이 크며, 재분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