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경차 안전성 더는 미룰 수 없다

생계형 차량이라는 이유로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선 안 된다. 대우 라보와 다마스로 대표됐던 국내 경상용차는 오랜 기간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발 역할을 해왔지만, 안전성 논란 역시 끊이지 않았다.

실제 다마스와 라보는 강화된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2021년 최종 단종됐다. 정부는 과거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TPMS), 배출가스진단장치(OBD) 등 의무 장착 규제를 한시 유예했지만 결국 충돌 안전 기준과 강화된 규제를 넘지 못했다.

문제는 단순한 노후화가 아니다. 라보와 같은 캡오버 방식 경상용차는 운전석 바로 아래 엔진이 위치하고 전면 충돌 완충 공간이 극히 짧아 사고 발생 시 탑승자 피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 경상용 밴들이 세미보닛 구조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전륜과 보닛 공간 확보가 정면 충돌 안전성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과거 경상용차 시장은 “싸고 유지비 적은 차”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택배·퀵서비스·소형 물류 종사자들의 운행 시간과 주행거리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고, 고속화 도로 주행 비중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일부 초소형·경상용 차량은 여전히 충돌 안전성과 차체 강성 측면에서 승용차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외 자동차 안전 규제는 지속 강화되는 추세다. 충돌 테스트 속도와 조건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으며, 에어백·차체자세제어장치(ESC)·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사실상 기본 안전장비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산업계 역시 강화된 충돌 안전 기준 대응이 차량 구조 강화와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생계형 차량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반복된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안전 투자를 미루는 사이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운전자들이 가장 취약한 차량을 몰고 있다.

상용 경차는 단순 화물차가 아니다. 하루 수백㎞를 달리는 노동 현장의 이동 플랫폼이다.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아니라 승용차 수준에 준하는 보호 체계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보조금과 규제 유예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상용 경차 전용 충돌 안전 기준 강화와 전동화 기반 안전 플랫폼 전환을 병행해야 한다. 제조사 또한 가격 경쟁력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안전성 확보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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