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금융시장은 오랜만에 긴장감을 드러냈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코스피가 흔들렸고, 뉴욕 증시 역시 강세 흐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급등한 금리가 있었다.
물론 이를 단순한 금리 발작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금 시장은 단순한 금리 충격이 아니라 주식과 채권의 디커플링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흐름 속에 놓여있다.
현재 주식 시장은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시장은 이미 전쟁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 그리고 새로운 질서 속에서 나타날 산업 변화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는 인플레이션을 일정 부분 헤지할 수 있는 섹터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에너지나 원자재 관련 업종들이다. 전쟁 이후에도 과거보다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을 단순한 위험자산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바라본다. 개인적으로 완전히 동의하는 시각은 아니지만, 최근 주식 시장의 강세를 설명하는 하나의 논리임은 분명하다.
또 하나는 전쟁 이후의 재건 기대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막대한 파괴를 남기지만 동시에 재건이라는 거대한 성장 사이클을 만들어왔다. 인프라 투자, 제조업 회복, 산업 재편 등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있는 것이다.
여기에 AI가 더해진다.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AI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다.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의 표현이다. 시장은 높은 금리나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미래 성장의 크기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심리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는 긴 흐름으로 보면 대부분 상승해왔다. 2011년, 2016년, 2018년, 그리고 2022년 정도를 제외하면 조정은 곧 매수 기회라는 학습효과가 형성됐다. Buy the Dip에 대한 강한 믿음이다. 떨어지면 결국 다시 오른다는 관성이 지금의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채권 시장에서는 이 모든 요소가 정반대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전쟁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상존할 수 있다는 전망은 채권 시장 입장에서는 공포다. 채권은 물가 상승에 가장 취약한 자산이다. 게다가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도 중앙은행이 쉽게 금리를 낮추지 못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시장은 성장을 방어하기 위한 어설픈 완화를 오히려 인플레이션 통제 실패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 역시 채권 시장에는 악재다. 정부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 그러나 결국 그 돈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채권 공급 증가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한다.
AI 투자 역시 채권 시장에는 부담이다. 과거 빅테크는 남는 현금으로 국채를 사들이던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래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접 채권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시장에서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투자가 실제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만약 AI 투자로 인해 생산성과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살아난다면 중앙은행은 다시 긴축 압력을 받게 된다. 채권 금리는 결국 물가와 성장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지금은 물가도 높고 성장 기대도 강하다. 채권 시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조합이다.
관성 역시 다르다. 주식 시장은 오랜 상승 경험 속에서 하락 매수의 믿음이 강하다. 반면 채권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이어졌던 저금리·저물가·저성장의 시대가 이미 끝났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직후 저점을 찍었던 금리는 이후 폭등했고,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끈질겼다. 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 금리 흐름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전쟁 이전 3.9% 수준에서 현재 4.6%까지 치솟았다. 20년물과 30년물은 이미 5%를 넘어섰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 둔화 우려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1년 전 2%대까지 내려갔던 국고채 10년 금리는 현재 4%를 웃돌고 있다. 채권 시장이 느끼는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 세계 분위기도 비슷하다. 일본은행은 물가 압력 때문에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일본 정부는 물가 대응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시장은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주식은 계속 오를 수 있는가. 그리고 채권 금리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당장은 주식과 채권의 디커플링이 이어질 수 있다. 채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면서 주식 시장의 강세를 더 자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리다. 어느 순간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주식 시장에도 전달된다.
지난 금요일 시장이 보여준 긴장감은 바로 그 가능성을 암시한다.
주식 시장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모든 강세장은 결국 금리라는 현실과 마주한다는 점이다. 닷컴버블의 마지막 순간처럼 말이다.
향후 채권 금리의 방향.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