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수압 견디는 장비, 한국 기술 어디까지 왔나…심해탐사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

바닷속으로 내려갈수록 수압은 급격히 증가한다. 수심 10m마다 약 1기압이 추가되며, 수심 1,000m에서는 약 100기압, 6,000m에서는 약 600기압 이상의 압력이 장비를 짓누른다. 심해 탐사와 해양자원 개발, 해저 케이블 유지보수, 국방 분야에서는 이러한 극한 환경을 견디는 내압(耐壓)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보유국은 아니지만, 심해 무인잠수정과 내압용기, 특수 소재, 해양관측장비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술의 핵심은 심해 무인잠수정(ROV·AUV) 개발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수천 미터 심해에서 운용 가능한 무인잠수정과 해양조사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국내 연구진은 심해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전자장비와 센서, 추진 시스템을 국산화하며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심해 장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압용기다. 전자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티타늄 합금이나 고강도 스테인리스강, 특수 알루미늄 합금 등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무게를 줄이면서 강도를 높인 복합소재 적용도 확대되고 있다.

압력을 견디는 설계 기술도 중요하다. 단순히 두꺼운 금속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압력을 균등하게 분산시키는 구형 또는 원통형 구조 설계와 정밀 용접 기술이 장비의 안전성을 좌우한다.

국내 기업들도 심해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은 심해 밸브와 압력용기, 해저 센서, 특수 케이블 등을 개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잠수함과 수중무인체계 개발 경험이 심해 장비 기술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유인 심해잠수정 분야에서는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 비해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마리아나 해구처럼 수심 1만m급 초심해를 반복적으로 탐사할 수 있는 유인 잠수정은 아직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았다.

또한 대형 티타늄 단조와 초고압 시험설비, 특수 압력창 제작 기술 등 일부 핵심 분야는 해외 의존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적으로는 심해 광물 개발과 해저 케이블 보호, 해양 안보 수요가 증가하면서 심해 장비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희토류와 망간단괴 등 심해 광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고성능 내압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조선·소재·정밀기계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심해 무인장비와 내압용기 분야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만, 초심해 유인 잠수정과 핵심 소재의 완전한 국산화는 추가적인 연구개발과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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