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노동자 산재, 여전한 노동법 사각지대…책임 공방에 보호도 늦어진다

도급·하청 구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책임 소재가 복잡하게 얽혀 신속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관련 제도가 강화됐음에도 도급 노동자는 여전히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도급 노동자는 원청기업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작업은 원청 사업장에서 이뤄지지만 고용관계는 하청업체와 맺고 있어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둘러싼 분쟁이 빈번하다.

특히 건설업과 조선업, 제조업, 물류업 등 다단계 하도급이 일반화된 업종에서는 위험한 작업이 하청업체로 집중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전교육과 보호장비 지급, 작업환경 개선이 충분하지 않은 사례도 지적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보험 보상은 받을 수 있지만, 사고 원인 조사와 민형사상 책임, 손해배상 과정에서는 원청과 하청 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 때문에 사고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거나 계약 해지를 우려해 문제 제기를 포기하는 노동자도 존재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확대했으며, 중대재해처벌법도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했다. 그러나 법 적용 대상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모든 도급 노동자가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노동계는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책임 확대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급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와 함께 하청업체의 안전투자 확대, 작업중지권 보장, 산재 신고에 따른 불이익 방지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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