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희 교수·손명아 감독·량성희 연주가, 주류 사회 대안 제시 정부 관심 필요
조선학교 출신의 재일조선인 3명의 여성이 한국 사회에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한반도의 새로운 관계와 공존을 모색하는 평화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주인공은 조경희 성공회대 평화월딩연구소 교수, 영화감독 손명아, 소해금 연주가 량성희다.
이들은 칼바람에 비견되는 일본 내 혐오와 차별 속에서 주류 사회의 무관심과 ‘잉여 인간’의 처우를 견뎌왔다. 일본에서는 ‘위장 난민, 위장 일본인, 위장 약자, 특권’ 등으로 부당한 냉대를 받았고, 고향인 한국에서는 ‘반 쪽발이, 북한공민, 위장 간첩’이라는 이념적 의심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역사를 부정하고 이념적 전향을 강요하는 불순한 집단의 공격 속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뚜렷한 일가를 이루었다.
조경희 교수는 2001년 12월 한국에 건너온 이래 지구촌동포연대(kin) 활동을 시작으로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페미니즘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에는 여성 경계인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 연구서 ‘낯선 집’을 출간하며 학술적 지평을 넓혔다.
손명아 감독은 2006년 6월 부천국제영화제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본 주류 영화계에서 실력을 쌓아 제작한 첫 장편 상업영화 ‘트로피’는 7월 일본 개봉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념적 거대 서사를 배제하고 재일동포의 삶을 담담히 그려내어 더 큰 울림을 준다는 평가다.
량성희 연주가는 2024년 12월 북한의 혁명음악을 담은 디지털 음반 ‘4현의 사랑’을 출시한 데 이어, 2025년 11월 첫 독주회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북한판 바이올린인 소해금으로 ‘조선 클래식’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으며, 제주 4·3과 징용, 분단의 희생자로서 ‘평화와 통일, 인권’을 테마로 한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며 행동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스스로의 의지와 역량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거대 질서 중심의 평화관을 넘어 새로운 질서와 공존의 상상력을 선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도전에 머무르지 않고 주류 사회 속에서 이론적, 정책적, 사회적, 예술적 대안을 실천함으로써 조선학교, 재일조선인, 제주 4·3, 한·조 관계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