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과 해적의 전설 품은 섬…여수 연도, 바다 끝에 숨은 이야기 창고

전남 여수 남쪽 끝 바다에는 해적과 보물의 전설을 품은 섬이 있다. 연도다. 여수 금오열도 끝자락에 자리한 이 섬은 주민들에게 여전히 옛 이름인 ‘소리도’로 더 익숙하다. 섬 곳곳에는 수백 년 세월을 건너온 해양 전설과 남해 바다의 역사가 겹겹이 남아 있다.

연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황금 전설이다. 섬 남쪽 소리도 등대 아래 해식동굴인 솔팽이굴에는 1627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선이 황금을 숨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일본에서 황금을 싣고 인도네시아 식민지로 향하던 무역선이 해적선의 추격을 받자 급히 황금을 동굴에 감춘 뒤 달아났다는 이야기다.

이 전설은 20세기까지 이어졌다. 1972년 한국에 근무하던 네덜란드계 미군이 연도 출신 카투사 손연수씨에게 성경책 속 지도를 보여주며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황금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한다. 지도 속 섬 이름은 연도의 옛 이름인 ‘소리도’였다. 손씨는 제대 후 실제 동굴 탐사에 나섰지만 보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역 향토 기록과 백섬백길 안내 자료에도 남아 있다.

연도에는 또 다른 보물 전설도 전해진다. 후백제 견훤의 사위이자 고려 개국공신으로 알려진 박영규가 연도의 동굴 어딘가에 거대한 금덩어리를 숨겨 놓았다는 이야기다. 순천 호족 출신인 박영규는 서남해 제해권을 장악하며 해상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연도는 그의 주요 해상 거점 가운데 하나였다는 전승도 남아 있다.

섬에는 해적의 흔적도 전해진다. 임진왜란 무렵 장서린이라는 해적 두목이 부하 수백명을 거느리고 연도 필봉산 중턱에 청기와 망루를 세워 해적질을 했다는 전설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그 자리를 ‘서린이 큰 도둑놈 집터’라고 부른다. 실제 유적 조사 과정에서는 청기와 조각도 발견돼 전설에 힘을 실었다.

연도라는 이름은 섬의 생김새에서 비롯됐다. 섬 중앙 시루봉 능선이 솔개가 날개를 펼친 모습과 닮아 원래는 ‘소리섬’ 또는 ‘소리도’라 불렸다. 이후 한자 표기 과정에서 솔개 연(鳶)자를 써 연도(鳶島)가 됐다. 주민들은 지금도 소리도라는 이름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현재 연도에는 약 3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성기였던 1970~1980년대에는 400여 가구, 1800명 가까운 주민이 살았다. 당시에는 140여척의 어선이 드나들 정도로 어업이 번성했지만 저인망 어업 금지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지금은 조용한 섬마을 풍경과 옛 어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섬 남쪽 필봉산 자락에 자리한 소리도 등대는 연도의 상징으로 꼽힌다. 1910년 10월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해발 82m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등탑 높이는 9.2m에 불과하지만 밤이면 12초 간격으로 빛을 발하며 최대 42㎞ 밖 바다까지 불빛이 닿는다. 일제강점기 해상 교통망 구축 과정에서 세워진 이 등대는 지금도 남해를 오가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연도에는 백섬백길 21코스인 ‘연도등대길’도 조성돼 있다. 연도마을에서 소리도 등대를 지나 산길을 돌아 다시 마을로 이어지는 약 7.6㎞ 코스다. 천천히 걸으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동백숲과 해안 절벽, 코굴과 솔팽이굴 같은 해식동굴이 이어지는 길은 주민들 사이에서 “연도의 진짜 보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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