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인수합병(M&A)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일본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M&A 정보업체 레코프의 데이터를 인용해, 2023년 일본 기업 관련 M&A 건수가 전년 대비 17% 증가한 4700건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4304건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로, 거래액은 19조6000억 엔(약 181조 원)에 달하며 8% 증가했다.
대형 거래 주도…보험·제약사 중심으로 확대
지난해 일본 M&A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거래는 일본생명보험이 미국 생명보험사 레졸루션라이프를 약 1조2000억 엔에 인수한 사례였다. 이는 일본 보험업계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또 다른 주요 거래로는 다케다약품공업이 약 6조 엔 규모로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한 사례가 포함됐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요구에 따라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매각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해외 펀드 유입 증가…M&A 활성화 견인
해외 투자펀드 역시 일본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MBC닛코증권의 기무라 노부히코 M&A 자문 부본부장은 “주주 행동주의 투자펀드의 활성화가 일본 내 M&A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웹툰 사이트 ‘메가코믹’ 운영사 인포컴의 주식을 약 2700억 엔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KKR을 비롯한 여러 펀드가 일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후지 소프트를 두고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시장도 성장
M&A 시장 확대는 투자은행(IB)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관련 M&A를 통해 IB들이 거둔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10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4년 전망과 규제 변수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일본 내 M&A 시장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칼라일 일본 공동 법인 대표 도미오카 다쿠미는 “도쿄증권거래소 개혁과 저렴한 자금조달 비용 덕분에 일본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규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해 중지 명령을 내리며 규제 리스크를 부각했다.
일본 M&A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국내외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과 정부 정책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