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는 부의 대물림 아냐”…세계 최고 상속세율에 한국 장수기업 위기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기업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세금 부담으로 인해 가업을 자식 세대로 넘기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승계를 단순한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제도개선 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최대주주가 적용받는 할증평가(최대 20%)를 더하면 실질 부담률은 60%에 달한다. 이 같은 세율은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승계를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거나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계에선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가업을 접고 만다”는 하소연이 반복되고 있다.

코스닥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 1672곳의 대표이사 2046명 중 60세 이상 비율은 48.9%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경영진 고령화와 함께 2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세제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상속세율과 할증평가 등으로 인해 ‘기업승계가 가장 어려운 나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한 투자 위축, 일자리 불안, 기업 간 거래 생태계 약화 등의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

지난달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위원회 회의에서도 관련 지적이 쏟아졌다. 위원장 윤석근은 “기업승계를 단순한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승계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뿐 아니라 고용 유지, 산업 생태계 유지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을 앞두고 상속세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계는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이를 ‘부자감세’로 몰아가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선 “상속세 완화 없이는 장수기업은커녕 존속 자체가 어렵다”는 절박함이 팽배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에 백년기업은커녕 30년 기업도 사라질 것”이라며 “정책당국은 이 문제를 세금이 아닌 국가 성장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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