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브랜드 셀해피코를 운영하는 세래피코 차혜영 대표는 ‘유기농’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원가가 일반 제품의 4배에 달하는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타협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제품은 현재 14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차 대표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20대 중반이다. 피부가 얇아 겉보기에는 좋아 보였지만 노화에는 취약했다. 서른을 앞두고 화장품 성분과 원료를 파고들기 시작했고, 핸드크림·샴푸·비누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이 과정이 사업으로 이어졌다.
차 대표는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학원 강사로 일했다. 오전 시간을 활용해 천연비누협회와 화장품협회 강의를 들으며 하루 4시간씩 3개월간 실습했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후 국내외 논문을 참고해 성분 배합을 직접 연구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집 안에는 직접 만든 샴푸와 비누, 세제, 섬유유연제 등이 쌓였다. 화학첨가물이 없는 제품을 쓰며 안정감을 느꼈고, 사회적으로도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체감했다. 이후 사업화를 결심하고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으며 준비에 들어갔다.
세래피코는 2018년 6월 설립됐다. 브랜드명 셀해피코는 ‘세포가 행복한 화장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첫 제품은 샴푸였다. 차별화 전략은 ‘유기농’이었다. 개발 단계부터 국제 유기농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인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표 제품인 ‘셀해피코 스칼프 앤 헤어케어 샴푸’는 한련초를 비롯한 17가지 천연 한방 원료를 사용했다. 화학 계면활성제 대신 코코넛 유래 천연 계면활성제를 썼다. 이 제품은 ‘탈모 방지 및 발모 촉진용 조성물 제조 방법’으로 특허를 받았고, 유럽 코스모스 오가닉 인증도 취득했다. 원재료 비용은 일반 샴푸 대비 약 4배에 달한다.
코스모스 오가닉 인증은 원료뿐 아니라 가공, 포장, 제조 공정까지 모두 심사한다. 3년 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토지에서 재배한 원료만 쓸 수 있고, 추출 용매도 천연 성분이어야 한다. 인증 절차만 5개월 이상이 걸렸고, 2018년 12월 인증 직후 첫 제품이 출시됐다.
스킨케어 대표 제품은 ‘비타C 앰플 세럼’이다. 비타민C 산화를 막기 위해 캡슐화 구조를 적용했고, 사용 직전 용기를 눌러 캡슐을 터뜨리는 방식이다. 펩타이드, 알부틴, 글루타치온 등이 함유된 에센스와 섞이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2019년 임상시험을 통해 눈가 주름, 기미, 탄력, 모공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확보했다.
메이크업 제품으로는 ‘비건 콜라겐 쿠션’이 있다. 커버력보다는 투명한 피부 표현에 초점을 맞췄고, 식물 유래 비건 콜라겐 성분이 약 32% 함유됐다. 나이아신아마이드, 세라마이드, 베타인, 글루타치온 등이 함께 들어갔다.
유통은 오프라인 매장부터 시작했다. 미용실과 에스테틱숍에 납품하며 거래처를 늘렸다. 이후 코로나 시기를 계기로 수출로 방향을 틀었다. 대면 미팅이 어려워지자 화상 상담이 늘었고, 이를 활용해 해외 바이어와 계약을 성사시켰다.
2020년 헝가리에 샴푸 1300개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동남아와 유럽, 북미로 판로가 확대됐다. 현재 미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UAE, 호주, 덴마크 등 14개국 이상에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8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2022년에는 대전광역시로부터 수출유공표창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백화점과 입점 계약도 체결했다.
차 대표는 K-뷰티를 ‘명품 산업’으로 규정한다.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품질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다. 셀해피코 역시 유기농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 대표는 “유기농은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도 까다롭지만, 한번 신뢰를 얻으면 시장은 분명히 반응한다”며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해외 시장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