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일본 공작기계 업체 인수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MBK의 6호 바이아웃 펀드를 둘러싼 경제안보 논란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과거 고려아연 공개매수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 논란까지 재부상하는 분위기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 4월23일 MBK가 일본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마키노밀링머신)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MM홀딩스에 대해 주식 취득 중단을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마키노가 생산하는 공작기계가 군사용으로도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외환관리법에 따라 외국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에 중단 권고를 내린 것은 2008년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이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MBK가 일본 정부의 권고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재계와 투자업계는 이번 인수 추진에 활용된 자금이 MBK 6호 바이아웃 펀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약 8조원 규모로 조성된 해당 펀드는 2024년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할 당시에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니켈 함량 80% 초과 전구체 설계·제조 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고, 2025년에는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도 국가핵심기술 고시에 포함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경우 산업부 승인이나 신고 절차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 역시 경제안보 차원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MBK 6호 펀드의 출자자 구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외환투자공사(CIC)가 해당 펀드에 약 4000억~5000억원 규모를 출자한 주요 유한책임사원(LP) 중 하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CIC는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운용과 해외 전략자산 투자를 위해 설립한 국부펀드다. 업계에서는 CIC의 과거 광물·자원 기업 투자 이력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실제 CIC는 2009년 자회사 풀블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캐나다 광산기업 텍리소스에 15억달러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CIC는 장기 금융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텍리소스가 아연·구리 등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전략자산 접근 시도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MBK 펀드의 중국 자본 유입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고려아연이 중국계 자본과 연관된 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 때문에 국민 우려가 크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는 이에 대해 CIC 출자 비중은 전체 약정액의 약 5%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MBK는 지난 3월 입장문에서 “나머지 95%는 글로벌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로 구성돼 있다”며 “CIC 역시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에도 출자해 온 기관투자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단순 지분율보다 자금 구조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글로벌 펀드의 경우 조세피난처 소재 법인이나 다단계 투자기구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는 사례가 많아 최종 실소유자 파악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MBK 6호 펀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서상 영국령 케이맨제도 소재 법인을 기반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맨제도는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에서 조세 효율성과 이중과세 방지 등을 위해 널리 활용되는 대표적 펀드 설립 지역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1974년 설립된 종합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아연·연·금·은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제련소 투자 등을 통해 핵심광물과 비철금속 생산 확대도 추진 중이다.
8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155만9000원으로 전일 대비 0.06% 하락했다. 52주 최고가는 218만8000원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28.12%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