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난해 기업 파산 건수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했다. 고물가와 인력난, 금리 상승 등 복합적인 부담에 미국의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도산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대규모 지원금과 감세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9일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일본 전역에서 부채 1000만 엔 이상으로 파산한 기업은 총 1만144건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있던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선 수치다. 전체 총부채는 2조3738억 엔(약 24조2000억 원)이며, 종업원 5명 미만의 중소·영세기업이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특히 고물가에 기인한 도산은 70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임금 상승과 인력 부족, 대출이자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규모 사업체를 중심으로 파산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우려를 더 키우는 것은 미국발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도입된 고율 관세 조치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중소·중견 기업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상황이다. 이미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경우 수익 회복이 지연될 경우 연쇄 도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자민당은 국민 1인당 3만 엔(약 30만 원)의 일률 지급안을 검토 중이며,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최대 10만 엔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야당 역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이번 관세는 일본 경제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며 소비세 감세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미국의 관세 조치를 ‘국난’으로 규정한 가운데, 여야 모두 경제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정부는 수백조 엔에 이를 수 있는 재원을 감안해 추경 편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