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혁명 본격화… 성장 과실, 자본 편중 우려 커진다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흔드는 단계를 넘어 경제 구조 전반을 다시 짜고 있다. 생산성과 성장, 산업 경쟁력, 소득 분배까지 AI의 파급력이 확산되면서 올해는 그 변화가 실물경제에 본격 반영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경제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생산성 향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5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공개된 연구를 통해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과 소비, 투자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AI가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바꾸고 성장률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 변화도 이미 뚜렷하다. 제조업은 로봇 자동화와 공정 최적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물류·유통업은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금융권은 자산관리와 리스크 통제, 회계감사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법률과 의료 분야에서도 문서 분석과 영상 판독 등 반복적 지식노동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도입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맥킨지의 2025년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 기업의 78%가 최소 한 개 이상의 업무 기능에 AI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1년 전 72%, 그 전해 55%와 비교하면 확산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은 이 흐름의 핵심 수혜국으로 거론된다.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HBM 출하량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 삼성전자 17%로 집계됐다. 글로벌 HBM 시장의 약 79%를 한국 기업이 차지한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경쟁도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다. 오픈AI는 2025년 1월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4년간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알파벳도 2026년 자본지출 규모를 1750억~1850억달러로 제시하며 AI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장기화할수록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AI가 만들어낼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 성장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 이익이 노동과 자본에 균등하게 분배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노동집약 업종은 자본집약 업종보다 AI 도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일부 직무는 자동화 압력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5년 보고서에서 국내 일자리의 51%가 AI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고학력·고소득 직군은 AI 보완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지만, 사무보조·판매 등 일부 직무는 대체 위험과 임금 하방 압력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AI 확산이 생산성 격차를 넘어 소득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내수 측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AI와 로봇은 임금을 받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는다. 기업 이익과 자산 가격은 뛰는데 노동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들면 소비 기반이 약해지고, 성장의 과실이 실물 내수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생산성 혁명이 오히려 소비 부진과 불평등 심화를 동시에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 과제도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AI가 확산하는 환경에서는 인간 노동을 불리하게 만드는 조세·사회보장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 대체를 지나치게 부추기는 제도 설계가 유지될 경우, 기업은 더 빠르게 사람을 기계와 소프트웨어로 대체할 유인을 갖게 된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 확산 자체보다, 그 성과를 어떻게 분배하고 노동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AI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모두의 번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성장의 속도만큼 분배의 설계가 따라가지 못하면 AI 혁신은 축복이 아니라 불평등의 증폭 장치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진짜 승부처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댓글 남기기

요코하마 한국기업인연합회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