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모치’, 떡 한 조각에 담긴 사계절과 기원의 문화

일본에서 ‘모치(餅·もち)’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정월과 명절, 계절의 변화, 가족의 번영을 잇는 의례 음식이면서 팥과 과일, 아이스크림을 품은 대중적인 간식이다. 한국에서 흔히 ‘모찌떡’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어 ‘모치’ 자체가 떡을 뜻한다.

모치는 일반적으로 찹쌀을 쪄서 절구에 넣고 찧어 만든다. 쌀알의 형태가 사라질 때까지 치대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탄력을 갖는다. 찹쌀을 직접 찧은 모치 외에도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등을 사용해 만드는 다이후쿠와 당고, 사쿠라모치 등 다양한 떡 과자가 일본 화과자 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에서 모치는 오래전부터 특별한 힘이 깃든 음식으로 여겨졌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는 나라시대에 편찬된 ‘풍토기’에도 모치에 관한 기록이 등장한다. 쌀농사를 중심으로 살아온 일본 사회에서 쌀을 찧어 만든 모치는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자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축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월의 가가미모치다. 둥글고 납작한 모치 두 개를 포개 놓고 그 위에 등자나무 열매인 다이다이를 올린다. 둥근 형태는 신성한 거울을 본뜬 것으로 전해지며, 다이다이는 ‘대대로’와 발음이 비슷해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정월 동안 장식한 가가미모치는 일반적으로 1월 11일 ‘가가미비라키’ 때 나눠 먹는다.

새해에 먹는 조니도 지역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일본 동부에서는 네모난 모치를 구워 맑은 장국에 넣는 방식이 많고, 서부에서는 둥근 모치를 삶아 흰 된장 국물에 넣는 경우가 많다. 그 경계는 대체로 기후현 세키가하라 부근으로 설명된다. 가가와현에는 팥소가 든 모치를 흰 된장국에 넣는 ‘안모치 조니’도 전해진다. 알려진 조니만 100종이 넘을 정도로 모치는 일본 지역 음식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식재료다.

모치는 계절을 표현하는 디저트이기도 하다. 봄에는 분홍빛 떡을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으로 감싼 사쿠라모치가 등장한다. 간토에서는 얇게 구운 반죽으로 팥소를 싸는 조메이지식이, 간사이에서는 거칠게 간 찹쌀인 도묘지가루로 만드는 도묘지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5월 단오절에는 가시와모치를 먹는다. 떡 사이에 팥소를 넣고 떡갈나무 잎으로 감싼 과자다. 새잎이 돋을 때까지 묵은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무의 특성에서 자손 번영의 의미가 생겼다. 가을에는 보타모치와 오하기, 달맞이 당고가 제철 풍경을 만든다. 같은 음식도 봄에는 모란꽃에서 이름을 딴 보타모치, 가을에는 싸리꽃을 뜻하는 오하기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현대 일본의 모치 디저트를 대표하는 것은 다이후쿠다. 얇고 부드러운 떡 안에 팥소를 넣은 과자로, 딸기를 통째로 넣은 이치고다이후쿠를 비롯해 귤·포도·복숭아 등을 활용한 과일 다이후쿠가 널리 판매된다. 생크림과 초콜릿, 치즈, 말차, 아이스크림을 결합한 제품도 등장하면서 전통 화과자와 서양 디저트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당고는 모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제조법이 다르다. 찐 찹쌀을 찧는 모치와 달리 주로 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한 뒤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만든다.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달콤짭짤한 소스를 바른 미타라시당고, 팥소를 얹은 안당고, 세 가지 색을 낸 하나미당고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떡이 고물과 소, 찌고 치는 방식에 따라 폭넓게 발달했다면 일본 모치 문화는 팥소와 계절 소재, 신사 의례와 연중행사에 긴밀하게 연결된 점이 두드러진다. 모치의 쫀득한 식감은 오늘날 세계 소비자에게 일본식 디저트의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쌀농사와 공동체, 사계절을 중시해 온 일본의 생활문화가 놓여 있다.

전통 제물에서 편의점 디저트까지 이어진 모치의 변화는 일본 식문화의 지속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오래된 의례 음식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재료를 받아들이면서도 계절과 기원을 담는 본래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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