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임기를 마치고 후임으로 조정식 의원이 선출됐다. 여의도 정치판은 원래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는 존재감보다 무색무취를 요구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의사봉을 두드리되 자신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정치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정치 바깥 사람처럼 행동해야 하는 역설적 위치다.
그런 점에서 우원식 의장은 보기 드물게 자신의 레거시를 남긴 국회의장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장면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던 밤이다. 혼란과 긴장이 교차하던 순간, 국회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했고, 그 중심에 국회의장이 있었다. 국회의 존재 이유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우 의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반도평화외교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회의장의 역할을 단순한 입법부 수장에 머물지 않고 의회 외교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이른바 주변 강대국 지도자들과 접촉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국내 정치 현안에 매몰되기 쉬운 국회의장직에서 보기 드문 외교적 행보다.
물론 평가에는 논란도 따를 수 있다. 국회의장의 적극적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각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최소한 우원식 의장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국회의장’으로 남지는 않게 됐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인 자리에서 그는 드물게 기억되는 의장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