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이 만든 일본 지방자치의 뿌리…전후 민주화로 본격 정착

일본은 현재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과 약 1,700여 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행정과 재정을 운영하는 지방자치 국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지방자치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는 메이지유신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라는 두 차례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거쳤다.

일본에서 지방자치의 기초가 마련된 것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번(藩)을 폐지하고 1871년 ‘폐번치현(廃藩置県)’을 단행했다. 중앙정부가 전국을 직접 통치하는 현(県) 체제로 개편하면서 근대 행정체계가 구축됐다.

하지만 초기에는 지방자치라기보다 중앙집권 강화가 목적이었다. 각 지역의 지사는 중앙정부가 임명했으며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후 1888년 시제(市制)와 정촌제(町村制), 1890년 부현제(府県制)가 시행되면서 지방의회가 설치되고 주민 대표가 행정에 참여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다만 당시에도 선거권은 일정 수준 이상의 납세자에게만 부여돼 실질적인 민주적 지방자치는 아니었다.

일본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강화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다. 1947년 시행된 새로운 일본국 헌법은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헌법 제92조부터 제95조까지는 지방자치의 원칙을 명문화했으며, 같은 해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현재 지방행정의 기본 틀이 완성됐다.

이 제도를 통해 주민이 도도부현 지사와 시장, 지방의회 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가 도입됐고, 지방정부는 조례 제정권과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 지방세 부과 권한 등을 보장받게 됐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 개혁이 본격 추진됐다. 특히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이 제정돼 2000년부터 시행되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지시하던 기관위임사무 제도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크게 확대됐다.

오늘날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교육, 복지, 도시계획, 재난대응, 관광정책, 산업진흥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대부분의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소멸과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독자적인 이주 지원, 육아 정책, 기업 유치 전략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지방자치의 발전이 단순한 행정개혁이 아니라 중앙집권 국가에서 주민 참여 중심의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한다. 메이지유신이 근대 행정의 틀을 만들었다면, 전후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 되는 현대적 지방자치의 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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