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언론산업을 대표해 온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난을 넘어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종합편성채널 JTBC와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거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내 언론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통적인 신문·방송 중심 수익모델의 한계와 콘텐츠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 급격한 미디어 소비환경 변화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앙그룹 위기의 시작은 지난 6월 JTBC가 만기 도래한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중앙일보는 별도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후 상황도 일부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회생법원은 6월 말 JTBC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즉시 결정하지 않고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JTBC는 일정 기간 채권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하면서 정상 영업을 이어가게 됐다. 반면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나머지 계열사 4곳은 회생절차가 개시됐으며 연말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당초 중앙그룹 전체가 일괄 법정관리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소 다른 전개다. JTBC는 독자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다른 핵심 계열사는 법원의 관리 아래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급격한 광고시장 변화를 꼽는다.
국내 광고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유튜브와 메타,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이 광고시장을 잠식하면서 신문과 방송의 광고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여기에 OTT 확산으로 방송 시청률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기존 방송사의 수익 기반은 빠르게 약화됐다.
중앙그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과 영화, 극장, 글로벌 IP 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극장 산업 회복 지연과 콘텐츠 제작비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대규모 차입을 통한 투자 구조가 결국 유동성 위기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문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종이신문 구독 감소와 디지털 유료구독 성장 둔화는 국내 대부분의 신문사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언론 구조에서는 광고시장 위축이 곧바로 경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논조 변화와 핵심 독자층 이탈을 이번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정치적 해석과 의견이 포함된 영역으로,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입증된 회생절차의 직접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법원과 채권단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유동성 부족과 과도한 차입, 계열사 재무 악화 등이 핵심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다.
향후 최대 관심사는 구조조정 이후의 생존 전략이다.
JTBC가 ARS 절차를 통해 채권단과 합의에 성공하면 회생절차를 피할 수도 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계열사들은 계속기업 가치와 청산가치 평가를 거쳐 회생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계열사 보유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 콘텐츠 사업 축소,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앙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레거시 미디어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광고와 이용자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기존 언론사들이 과거와 같은 광고 중심 수익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중앙그룹 사태는 한 기업의 회생 여부를 넘어 한국 언론산업 전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