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인 투자자 해외 투자액 1년 새 147% 급증
“엔저 가속화 우려” 전문가 지적도
지난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액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의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도입 이후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 자금이 대거 해외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조 엔 돌파, 해외 투자 급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총 10조4000억 엔(약 954조 원)의 해외 금융 상품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7% 증가한 수치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해외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지난해 1월 도입된 신NISA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유사한 NISA는 일본 정부의 자산소득 배증계획 일환으로, 투자 수익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며 국민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신NISA는 투자 수익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연장하고 연간 납입 한도와 총투자 한도를 각각 기존 대비 세 배로 늘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국내 증시 외면, 해외로 쏠리는 자금
하지만 이 제도는 일본 국내 증시 활성화보다는 해외 투자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NISA 계좌를 활용해 미국 증시 등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월 셋째 주 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6주 연속 해외 주식과 투자 펀드를 순매수하며 4898억 엔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국내 주식과 펀드는 661억 엔 순매도됐다.
엔저 심화 우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열풍은 엔화 약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엔화를 팔아 해외 자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엔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JP모건의 미라 찬단 연구원은 “현금 보유량이 많은 일본인들이 NISA를 활용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엔저가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츠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류 쇼타 연구원 역시 “신NISA가 향후 엔화 매도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기업들의 대응
한편,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자 일본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증시는 100주 단위로 주식을 거래하는 관행 탓에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매수 부담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도쿄증시에서 액면분할을 실시한 기업은 211개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래 전망
일본의 신NISA 제도가 자산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자금의 해외 유출과 엔저 심화라는 부작용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