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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였다.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기대가 흔들리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채권시장과 위험자산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7%를 웃도는 수준으로 약 3년 만의 최고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6%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4% 오르며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한 것은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다. 그동안 물가 안정 기대의 핵심 근거였던 주거비 상승률이 다시 확대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비스 물가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결국 내려올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 역시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6월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미국 드라이빙 시즌과 맞물려 에너지 가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빠르게 접고 있다. 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도 3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2021년 당시 인플레이션 재가속 국면과 유사한 흐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역시 글로벌 금리시장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측은 일본은행이 물가를 충분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일본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것이 다시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일본 국채시장은 장기물 중심의 금리 스티프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단기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며 수익률 곡선 플래트닝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무부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채권시장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재정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영국 노동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재정 건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에서는 2022년 ‘트러스 모먼트’ 재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영국 국채 금리는 28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시장에서는 영란은행(BOE)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 부담과 재정 부담,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는 구조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강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미국 장기국채 비중을 줄일 경우 국채 수요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UAE 등에 통화스와프 논의를 거론한 배경에도 이런 불안 심리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도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4%를 넘어섰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국제유가 상승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자산 가격 상승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버티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자산을 보유한 계층은 부의 효과를 바탕으로 소비를 이어가는 반면,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계층은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책 대응 여력이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경우 일반적으로는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가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현재는 중앙은행이 오히려 긴축을 고민하고 있고 정부 역시 재정지출 축소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부채 부담, 양극화 심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과거와 다른 경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온 ‘바이 더 딥(Buy the Dip)’ 심리가 향후에도 유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미국 CPI 충격에 금리 인상론 부상…고물가·고금리·재정불안 ‘삼중 압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