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순매도 규모는 총 42조15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월간 기준 최대 순매도 기록이었던 올해 3월의 35조8807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매도세는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를 20조115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역시 18조8345억원 규모 매도 우위를 보였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대형주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나타나면서 코스피 전반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글로벌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가 외국인 매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부각되면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환율 역시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웃돌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매도가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원화 약세가 다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 리스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 전쟁 우려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위험자산 성격이 강한 신흥국 증시인 한국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를 국내 증시에 대한 전면적인 비관론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종별 차별화 과정 속에서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