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사회 구조 전반을 흔드는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겉으로는 중산층 비중이 6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수의 국민이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인식하는 현실은 체감 경기 악화가 구조적 문제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월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노력 차이가 아닌 거시경제 시스템에서 발생한 ‘화폐적 불평등’에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년간 광의통화량은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늘어난 유동성은 생산적 산업보다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자산 가격은 급등했고, 이는 실질적 가치 상승이라기보다 화폐 구매력 하락에 따른 가치 보존 현상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에서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과거 5~6배 수준에서 15배를 넘어서며 임계점을 돌파했다.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계층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고,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가상화폐 등 새로운 자산 형성 경로가 등장했지만,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해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제도적 한계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부동산 보유세가 지방 재정의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며 자산 가격 급등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한국은 거래세 중심의 조세 구조와 풍부한 유동성이 결합되며 자산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자산가와 근로소득자 간 격차는 제도적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안으로는 경제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 제시된다. 우선 금융·통화 정책의 질적 전환을 통해 자금이 비생산적 자산 시장에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신산업과 기술 혁신 분야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금융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주거 비용의 구조적 안정 역시 핵심 과제다. 주택을 투자 수단이 아닌 이용 대상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고, 토지임대부 주택과 공공임대의 질적 확대를 통해 가계의 고정 지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소비 회복과 함께 장기적인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세 제도의 재설계도 불가피하다.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에는 실효성 있는 과세를 적용하는 반면, 실질 소득이 감소한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사회안전망 강화에 투입함으로써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제안이 뒤따른다.
빈부격차 확대는 사회적 신뢰 붕괴와 저출산, 갈등 심화로 이어지는 국가적 위기를 동반한다. 성장의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 팽창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폐 가치보다 인간 노동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한국 사회가 불평등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