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하청’이라는 표현을 없애고 ‘중소수탁사업자’라는 새로운 용어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 간 상하관계에서 비롯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다.
오는 24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개정안은 발주처를 ‘위탁사업자’로, 하청업체를 ‘중소수탁사업자’로 부르도록 명시하고, 기존 용어가 내포한 기업 간 불평등 이미지를 없애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공정 거래 촉진 위한 구조적 변화
이 조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중소기업 보호와 공정 거래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하청업체가 물가 상승분을 원청업체와의 거래 가격에 반영할 수 있었던 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49.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하청업체에 불합리한 부담을 전가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약속어음(約束手形)으로 거래 대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기업의 경우 재발 방지 권고와 함께 회사명을 공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저임금 인상과의 연계
이번 개정안은 이시바 내각이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시바 총리는 2020년대 안에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불공정한 산업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하청법 개정을 통해 보호를 받는 거래처 범위를 확대하고, 직원 수에 따라 규제 기준을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의 경우 발주처가 직원 300명 이상인 기업에서 300명 이하인 기업으로 발주하는 거래가 규제 대상이 되며, 서비스업은 이 기준이 100명으로 설정된다.
‘하청’ 표현, 차별적 인식 문제로 지적
‘하청’ 표현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처음 공론화한 바 있다. 당시 기시다는 “‘하청’이라는 표현이 발주자를 우월적 지위로, 하청업체를 부하 조직으로 간주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내각 내에서 명칭 변경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업 간 평등한 관계를 조성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마련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이 같은 변화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