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NCC 감축’ 갈림길…조선업처럼 부활 가능할까

중국의 공격적 증설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 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지자 국내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에 나섰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 먼저 줄일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며 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졌다.

여천NCC 3공장은 지난 8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한때 ‘석유화학의 삼성전자’라 불리던 이곳도 중국발 공급과잉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은 한국의 세 배가 넘는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했고, 이제는 아시아·남미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게다가 중동 산유국들까지 COTC(원유 직투입 화학공정) 방식으로 뛰어들며 한국 NCC의 경쟁력은 더 약해졌다.

정부는 연간 1470만t 규모의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가운데 18~25%를 감축하기로 했다. 자연히 전국 3대 석유화학단지 중 NCC가 몰려 있는 여수산단이 최대 타깃으로 거론된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GS칼텍스, 여천NCC 등 대형 기업들의 통폐합설이 돌지만 당사자들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공장 멈춤의 여파는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여수 플랜트 건설노조 조합원 수는 1년 만에 62% 급감했고,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년 새 45% 늘었다. ‘무선지구’라 불리는 인근 상권은 임대 문의 현수막이 줄지어 붙었다. 조선업 위기 당시 거제와 울산이 그랬던 풍경이 여수에서 재현되는 셈이다.

다만 조선업은 LNG 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회생했지만, 석유화학은 범용 원료 의존도가 높아 회복 경로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감산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즉 이차전지 소재나 반도체용 필름 같은 스페셜티 제품 개발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R&D에는 시간이 걸리고, 당장 인력 감축과 하청 해고가 현실화하면서 고용 불안은 커지고 있다.

여수산단 노조들은 공동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정부의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이후에도 뚜렷한 지원은 체감되지 않고 있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로 회생했던 것처럼 석유화학에도 기회가 올지는 미지수다. 업계가 고부가가치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박스업’과 ‘스크랩’으로 상징되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여수를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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